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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3 비스트 매일경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인터뷰

 

데뷔 전 가요관계자들을 통해 비스트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는 `인간극장` 냄새가 났던 것이 사실이다.

양요섭, 손동운을 비롯해 AJ로 데뷔했던 이기광, `열혈남아` 출신 윤두준, 그룹 Xing 1기 출신 용준형,

빅뱅에서 최종 탈락한 장현승 모두 5년 이상의 연습생 기간을 가졌고 그 동안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

상처를 안고 있는 친구들이 뭉친 그룹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섣부른 데뷔, 용기가 아니라 교만이다"

지난 10월 15일 서울 중구 MTV 공개홀에서 열린 미니앨범 `비스트 이스 더 비스트`(Beast is the B2ST) 발매 쇼케이스에서

본 비스트의 데뷔 무대는 다소 건방져 보일만큼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데뷔 무대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퍼포먼스와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만만치 않은 친구들이 나왔다`는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악과 깡으로 버틴 5년이라는 인상이 오버랩 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직접 만난 비스트의 표정에서 독기라고는 찾기 어려워 보였다.

데뷔전부터 화제가 됐던 과정을 묻는 뻔한 질문에 "2인실 방에서 12명이 자본적 있어요? 6명이서 같이 샤워해본 적 있어요?"라며

자기들끼리 농담을 하고 장난치기 바쁘다.

 

팀의 리더 윤두준은 "굳이 감출이유는 없다. 굳이 강조할 이유도 없다. 물론 우리 여섯 명은 모두 힘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데뷔해 사랑받는 가수들 중에 이 정도 힘든 시간 거치지 않은 분들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담담하게 말했다.

또 "그때는 무대에 설 자격이 부족하고 실력이 부족한 것을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잘 아는데 나서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교만이다"고

말하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5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물론 있었다"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5년이었다. 장현승은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물론 있었다"며 입을 뗐다.

장현승은 "한창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도 모를 루머들이 돌고 있는 것을 우연치 않게 보게 됐다"며

"어느 대형 기획사에 들어갔다는 둥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들부터 다분히 음해성 비방성 루머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 있는 걸 본 적 있다"고 털어놨다. 장현승은 "단순히 이름과 얼굴이 조금 알려졌다는 이유로 이런 얘기까지 들어야 하는

생각에 맥이 빠졌다"며 "한동안은 정말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내가 매일같이 연습실에 나가나 하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손동운은 연습생들에게 좀 더 마음에 와 닿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전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할 때다.

회사에서는 연습생들 몇몇을 짝지어 팀을 만들어 세팅을 해보곤 한다. 한창 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 혼자 팀에서 툭 제외된 적이 있다. 그때 느끼는 자괴감은 말로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준형은 "고등학교 때 처음 소속사라는데 들어갔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정말 죽도록 연습만 했다.

졸업할 때 즈음 전 소속사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회사를 나오게 됐을 때 내게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내 고등학교 시절도, 친구도, 학업도 모두 포기하고 모든 걸 다 바쳤는데 한번에 모든걸 다 잃은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양요섭은 "함께 있는 친구들 역시 비슷한 처지고 서러움을 느끼는 것도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쌓인 것들을 잘 풀리지 않는다. 게다가 부모님과도 떨어져 지내면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회가 왔다. 비스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서 윤두준의 말처럼 모든 연습생들이 한번쯤은 경험할 만한 느낌과 순간들이다.

이런 순간들이 없었다면 또 스스로 넘어서지 못했다면 이들의 데뷔는 불가능했다.

실제로 이들의 마음속에는 지난 시간들 보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 크다.

 

용준형은 "`뮤직뱅크`로 첫 방송 데뷔를 했는데 솔직히 무대가 끝나면 눈물이 펑펑 날줄 알았다. 그런데 눈물이 전혀 나지 않더라.

솔직히 아쉬움만 크고 모니터를 해보니 고쳐야 할 점들만 수도 없이 보였다"는 것. 또 "우리 정말 데뷔해도 싶을 정도였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고 덧붙였다.

 

양요섭은 "소속사 식구들, 스태프들 앞에서만 보여주던 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려니 적잖게 긴장했나 싶다.

아직 한참 멀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기회는 왔고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AJ로 한번 데뷔한 경험이 있는 이기광은 좀 더 여유 있는 목소리로 "날이 가면 갈 수록 무대가 재밌다.

여섯이 함께 표현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게 너무 많다는 걸 경험했다"고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비스트에게는 데뷔할 자격이 충분해 보였다. 그동안의 연습도 열정도 충분해 넘친다.

이제는 사랑받을, 정상에 설 자격이 있는지 그들에게 또 한번의 시험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549575